Profile picture

[회고] 번아웃 극복과 개발자로서의 결심

Amaranth2024년 04월 14일

안녕하세요... 오늘은 평소보다 편한 말투로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화하는 것 같고 좋지 않나요?

아님 말고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더라...?"

최근 오랫동안 유의미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독한 번아웃을 겪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때는 바야흐로 우테코가 끝나고 2달정도가 지났을 때였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학교 내 운영기관에서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는데요, 돈독이 올랐던 저는 무리하게 9to6 스케줄로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1달이 지났을까요. 어느순간부터 저는 개발에 흥미도 의욕도 느끼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과 병행하여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처음 시작했을때와 달리 열정적으로 임하지 못했습니다.

개발이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건지 의문만 들었습니다.

사실 당시엔 제가 겪고 있는 것이 번아웃인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잠깐 찾아온 슬럼프이겠거니 했죠.

저는 알바처에 말씀을 드리고 근무 시간을 조율해 제 개인시간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더 악화되지 않을 뿐 저는 여전히 무기력과 의욕저하에 시달렸습니다.

그 상태로 개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3월이 되어 개강을 한 후에도 제 상태는 계속 유지되었고, 전체적인 능률이 떨어져 학업도, 프로젝트도 자기계발에도 충분한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의 대학생활 중 이렇게까지 의욕 없이 보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심지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운나쁘게도 당시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심적으로도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러다 제 얘기를 듣던 친구가 제가 번아웃인 것 같다며 휴식을 권했고, 저는 그제서야 제가 번아웃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태를 자각하고 난 후, 전 번아웃은 어떻게 극복해야하는 건지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는 건 어때? 한 번 다른 걸 경험해보면 그제서야 '아, 내 길은 개발이었구나.' 하고 돌아올 수도 있잖아."

그러던 중 친한 언니가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배워보는 건 어떻겠냐고 권유했는데, 마침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UI/UX 디자인.

저는 옛날부터 기회가 된다면 디자인을 꼭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예술 분야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나름의 미적 기준을 갖고 이론과 감각을 접목시켜 성과물을 내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기회다 싶어 저는 병행하고 있던 프로젝트 총괄들에게 연락을 돌려 2주간의 휴식기를 가지고 싶다 말씀드렸습니다. 안그래도 제 상태를 걱정해주셨던 터라 제 요청을 흔쾌히 허락해주셨고, 저는 2주간 UI/UX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휴식기의 첫 1주 동안은 유튜브 강의를 듣고 '버려지는 디자인, 통과되는 디자인'이라는 도서를 읽으면서 이론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을 배우는 것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인간의 감각에 기반해 정립된 이론들이 너무도 흥미로웠고, 인간의 행동 양식에 기반하여 UX 디자인을 설계하는 방법론도 신기했습니다.

점점 일상에 활력이 도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본 감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를 좀 더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졌고, 아는 디자이너 지인에게 연락해 UI/UX 디자인을 독학하는 방법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지인의 말에 따르면 개발을 배울 때 권장되는 것과 같이 디자인도 실전으로 바로 들어가면 좋다고 하더라구요. 타깃 앱을 잡고 따라서 디자인해보거나, 응용해보면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2주차엔 남은 이론 파트를 병행하며 모바일 UI/UX 디자인을 몇 가지 따라 해보았습니다.

디자인을 완성해가면서 느낀 쾌감은 제게 익숙한 기억을 깨우기 충분했습니다.

그것은 제가 처음으로 개발에 입문했을 때, 프론트엔드 개발을 배우면서 느낀 감각과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각적인 성과물을 만드는 작업이 제 적성에 맞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까지 오게 되니 '아, 내가 가야했던 길은 백엔드가 아니라 프론트엔드였나?'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진지하게 프론트엔드로의 전향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하고싶은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도 그걸 하지 않는 게 난 이해가 안돼."

처음에는 지난 1년간 쌓아왔던 백엔드 지식과 포트폴리오를 포기하고 실력이든 식견이든 초보자나 다름없는 프론트엔드 분야를 처음부터 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무섭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주변에 의견을 구해봤습니다. 함께 백엔드를 공부하던 친구,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의 진로를 가진 친구, 전혀 다른 전공을 가진 친구들 모두 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하는 게 맞다."

여러 차례 상담을 하고 난 후에야 전 비로소 결심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 쌓아왔던 것이 아깝기는 해도, 그 지식들은 제가 더 넓은 안목을 갖게 해줄 것이고, 개발자로 살면서 언젠가는 백엔드 역량이 필요해질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기에 미련은 깔끔하게 버리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신조가 하나 있습니다.

'내가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언젠가는 어디에 도움이 될지 모를 일이기 때문에 무의미한 도전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하므로, 제 선택에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습니다.

지금 근황

  1.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

    번아웃으로 장장 2달을 방황하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디자인을 배우고 진로를 전향하고 나니 구름이 걷힌 듯 삶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 같습니다.

    이제 휴식기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되겠지만, 진로를 바꾸고 나니 생각보다 고민해야 할 게 많았습니다.

    포트폴리오를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하기 떄문에 앞으로 어떤 활동, 프로젝트를 해야 할지 고민해야 했고, 공부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아야 했습니다.

    다행히 주변에 프론트엔드쪽 지인이 많았기 때문에 학습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조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일단은 당장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여력은 없어서 우테코의 프론트엔드 테코톡 영상을 정주행하며 얕게나마 지식을 쌓고 있습니다. React 개발의 감도 많이 잃은 상태라 조만간 블로그 소스코드를 개선하면서 이론 공부도 함께 병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론 공부는 '모던 자바스크립트 Deep Dive'라는 책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2. 모바일 앱 '일어나새' 기획

    친구 중 한 명이 매일 아침마다 사진을 찍어올려 기상했음을 인증하는 '기상 인증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걸 편리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앱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기상인증 앱 '일어나새'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제가 공부한 디자인이 모바일 앱(안드로이드) 디자인이기도 해서, 배운 내용을 실제로 써먹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마침 현재 수강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설계 및 실험'이라는 과목에서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배우고 있는데, 학기말에 텀 프로젝트가 예정되어 있어서 텀 프로젝트로 이 앱을 개발하면 딱이겠다 싶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기획, 디자인, 안드로이드 개발, 백엔드 개발 모두 저 혼자서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공지가 내려온 건 없지만, 만약 텀 프로젝트를 다른 팀원과 함께하게 된다면 팀원에게 양해를 구해야겠죠...

    아, 실제로 친구들이 앱을 이용할 수 있도록, kmp라는 기술을 사용해 크로스플랫폼 환경으로 개발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지 파일 처리, 알림, 도전거리가 많아서 잘 마무리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요즘 해야 할 일을 회피하고 싶을 때, 틈 날 때마다 피그마를 키고 일어나새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Loading script...